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려면(2)
不違農時,穀不可勝食也. 數罟不入洿池,魚鼈不可勝食也. 斧斤以時入山林,材木不可勝用也。
(불위농시, 곡불가승식야. 촉고불이오지, 어별불가승식야. 부근이시입산림, 재목불가승용야.)농사의 때를 어기지 않으면, 곡식을 이루다 먹을 수 없을 것이며, 촘촘한 그물을 웅덩이와 연못이 넣지 않으면, 물고기와 자라를 이루다 먹을 수 없을 것이며, 도끼로 때에 맞춰 산에서 벌목하게 하면, 재목은 이루다 쓸 수 없을 것입니다.
違(어긋날 위), 勝(이루다/모두다 승), 數(촘촘할 촉), 罟(그물 고), 洿(웅덩이 오), 鼈(자라 별), 斧(도끼 부), 斤(도끼 근)
자연은 스스로 융성하게 불릴 줄 안다. 그 생명력 때문에 인간은 자연에서 먹을 거리, 입을 거리를 얻는다. 단, 자연의 생명력을 훼손할 정도로 수확해서는 안된다. 자연의 질서에만 어긋나지 않는다면, 그 풍성한 혜택은 영원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부분이다. 투자의 관점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돈이 스스로 일하게 하는 것은 부자가 되기 위한 기본이다. 때에 어긋나지 않고, 다양성과 생명성이 확보된 투자처는 장시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그 가치가 상승하게 마련이다. 그게 자연의 원리다. 오래된 고전이지만, 여전히 새겨볼만한 통찰력있는 문장이다.
穀與魚鼈不可勝食,材木不可勝用,是使民養生喪死無憾也。養生喪死無憾,王道之始也。
(곡여어별불가승식, 재목불가승용, 시사민양생상사무감야. 양생상사무감, 왕도지시야.)곡식과 더불어 물고기, 자라를 이루다 먹지 못하고, 재목을 이루다 쓰지 못할 정도면, 이것이 백성이 산 자를 봉양하고, 죽은 자를 장사지내는데 섭섭함이 없게 하니, 산 자를 봉양하고 죽은 자를 장사지내는데 섭섭함이 없음이 왕도정치의 시작입니다.
憾(섭섭할 감)
식료품과 생필품이 넉넉하면, 사람들은 그 다음에 예의를 차리고, 질서를 유지하게 된다. '산 자를 봉양하고, 죽은 자를 장사지낸다'는 것은 인간의 일상적인 삶과 질서에 대한 고대 방식의 표현이다. 물자가 풍족하여 사람들이 일상의 삶을 편안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왕도정치의 시작이라는 맹자의 주장이다.
오늘 살펴본 표현은 짧지만 강렬하다.
작게는 자산관리와 재테크부터, 크게는 정치까지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자연은 인간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 단 그 전제조건은 무엇인가에 대한 통찰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큰 문제임은 고대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게 없다. 백성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기본적으로 해결되어야 그 다음 예의를 지킨다는 주장은 맹자의 뛰어난 현실감각을 보여준다.
리더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구성원의 기본적인 욕구 충족이 가능하도록 고민해야 한다. 도모하려는 이상만 높아서는 꿈으로 그치기 싶다. 먹을 수 있어야 하고, 입을 수 있어야 하고, 살 곳이 있어야 그 다음 예의와 질서를 찾을 수 있다.
지금 강독하는 맹자 양혜왕편 3장은 맹자의 현실 이해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현실적으로 백성들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대안이 제시되어 있다. 오늘 설명하는 부분도 그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제시된다.
五畝之宅,樹之以桑,五十者可以衣帛矣. 雞豚狗彘之畜,無失其時,七十者可以食肉矣. 百畝之田,勿奪其時,數口之家可以無飢矣.
(오묘지택, 수지이상, 오십자가이의백의. 계돈구체지휵, 무실기시, 칠십자가이식육의. 백묘지전, 물탈기시, 수구지가가이무기의.)밭 이랑 다섯개 정도 크기의 주택(주변)에 뽕나무를 심으면, 오십된 자가 가히 비단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닭과 돼지, 개, 큰 돼지를 키우는데, 그 시기를 잃지 않으면, 칠십된 자가 가히 고기를 먹을 수 있습니다. 그 시기를 빼앗지 않으면, 입이 여럿 있는 집들이 가히 굶주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畝(밭이랑 묘), 桑(뽕나무 상), 帛(비단옷 백), 彘(큰돼지 체), 畜(기를 휵), 奪(빼앗을 탈), 飢(굶주릴 기)
집 주변에는 뽕나무를 심으면, 그 뽕나무로 누에를 쳐서 비단옷을 생산해낼 수 있다. 가축을 키우는데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관리를 하면 사람들에게 충분히 고기를 먹일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때를 놓치지 말라'다. 앞에서 읽은 것처럼 자연은 알아서 스스로 잘 번성한다. 문제는 인간의 개입이 이루어지면서다. 특히 리더의 개입은 그 사회의 운명을 좌우한다. 만약 불필요한 업무를 부과하거나 삶에 지장을 초래하여 생명의 시기를 놓친다면, 그 자연이 키워내는 과실을 누릴 수 없게 된다. 맹자는 생명의 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진짜 리더의 역할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謹庠序之教,申之以孝悌之義,頒白者不負戴於道路矣。七十者衣帛食肉,黎民不飢不寒,然而不王者,未之有也。
(근상서지교, 신지이효제지의, 반백자불부대어도로의. 칠십자의백식육, 려민불기불한, 연이불왕자, 미지유야.)상서의 가르침을 삼가하여 효제의 의로써 거듭하여 가르치면, 반백의 백성들이 도로에서 등짐지고, 머리에 짐을 이지 않습니다. 칠십된 자가 비단옷을 입고 고기를 먹고, 검은 머리 백성들이 굶주리지 않고, 춥지 않게 함에도 왕을 못하는 자는 없었습니다.
謹(삼가할 근), 庠序(상서 : 학교), 申(거듭할 신), 頒白(반백 : 머리가 반이 세다), 負(등짐질 부), 戴(머리에 일 대), 黎(검은 머리 려)
효도와 공경은 당시 고대의 가장 기초적인 질서였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노인이 된다. 그런데 노동력이 줄어들어 실질적인 생산을 하지 못하는 노인을 공경하지 않는다면 누가 젊었을 때 편안한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자신이 생산한 의식주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겠는가.
지금도 그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안정적인 연금과 편안한 노후가 보장되는 것이 결국 그 사회체제의 생산력을 유지시키기 위한 방법이 된다. 그래서 맹자는 반백의 노인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렇다고 젊은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 것을 강조했던 것이다.
이제 맹자 양혜왕편 3장의 마지막 부분이다.
狗彘食人食而不知檢,塗有餓莩而不知發, 人死,則曰:『非我也,歲也。』是何異於刺人而殺之,曰:『非我也,兵也。』王無罪歲,斯天下之民至焉。
(구체식인식이부지검, 도유아표이불지발, 인사, 즉왈 : "비아야, 세야." 시하리어척인이살지, 왈 : "비아야, 병야". 왕무죄세, 사천하지민지언.)개와 돼지가 사람이 먹을 것을 먹어치워도 단속할 줄 모르고, 길 위에 굶주려 죽은 시체가 있어도 (곡식을) 풀 줄 모르고, 사람이 죽으면, "내가 죽인 것이 아니다. (흉)년이 죽인 것이다."라고 한다면, 이것은 사람을 찔러서 죽이고서 "내가 죽인 것이 아니다. 병기가 죽인 것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왕께서 (흉)년을 탓하지 않는다면, 곧 천하의 백성들이 이곳에 올 것입니다.
彘(돼지 체), 塗(길 도), 餓(굶을 아), 莩(굶어죽은 시체 표), 刺(찌를 척), 斯(~이면 곧 사), 焉(여기 언)
맹자는 양혜왕이 흉년일 때 백성과 물자를 옮기는 정도는 오십보 백보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주변 다른 나라들보다 더 나은 정도가 아니라, 더 나쁘지 않은 정도일 뿐, 백성들의 삶을 곤궁하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백성들이 먹고 살기 힘든 이유를 흉년과 같은 천재지변 탓으로만 돌리지 않고, 자신의 책임으로 깨달아 적극적으로 창고를 개방하여 배고픈 자들을 먹이는 등의 적극적인 정치를 해야만 백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맹자는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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