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으로 따르게 하라




孟子見梁惠王,王立於沼上,顧鴻鴈麋鹿,曰:「賢者亦樂此乎?」

孟子對曰:「賢者而後樂此,不賢者雖有此,不樂也。《詩》云:『經始靈臺,經之營之,庶民攻之,不日成之。經始勿亟,庶民子來。王在靈囿,麀鹿攸伏,麀鹿濯濯,白鳥鶴鶴。王在靈沼,於牣魚躍。』文王以民力為臺為沼。而民歡樂之,謂其臺曰靈臺,謂其沼曰靈沼,樂其有麋鹿魚鼈。古之人與民偕樂,故能樂也。《湯誓》曰:『時日害喪?予及女偕亡。』民欲與之偕亡,雖有臺池鳥獸,豈能獨樂哉?」

<梁惠王 上 (2)>

 

오늘 내용은 꽤 긴 편이다.

지난번에 이어서 계속 위나라 양혜왕과 맹자의 대화를 기록하고 있다. 시경과 탕서를 인용한 부분이 있어, 관련 배경지식을 알고 있어야 이해가 쉽다.

어렵지만 몇 편의 포스팅으로 나누어서 조금씩 진행해보자.

 

孟子見梁惠王,王立於沼上,顧鴻鴈麋鹿,曰:「賢者亦樂此乎?」
(맹자견양혜왕, 왕립어소상, 고홍안미록, 왈 : 현자역락차호?)

맹자가 양혜왕을 뵈었다. 왕께서 연못가에 서서, 크고 작은 기러기와 사슴들을 보며 말했다. "현자도 이러한 것들을 즐깁니까?"

顧(고 : 돌아보다), 鴻(홍 : 큰 기러기), 鴈(안 : 기러기), 麋(미 : 큰 사슴, 고라니), 鹿(록 : 사슴)

 

王立於沼上에서 於는 '~에서'라는 뜻이다. 영어로 치면 at의 의미이다. (다른 경우에는 '~에게'(to)라는 의미를 가질 때도 있다)

기러기와 사슴이 뛰어노는 연못을 궁궐에 꾸며놓았다면 아마 화려한 정원의 모습일 것이다. 그런 풍경을 싫어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왕은 자기가 가진 호화로운 것들을 자랑하고 싶어서 일수도 있고, (이전 편에서 맹자에게 핀잔을 들은 것에 대한) 소심한 복수(?)일 수도 있는 그런 질문을 한다.

"현자도 이런 것들을 즐깁니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보통 사람이면 기분이 나쁠지도 모른다. '당연히 좋아하지. 이 사람아...'라고 하고 싶겠지만, 왕의 초청을 받아 방문한 맹자는 이 상황에서도 왕에게 시경과 탕서의 고문을 들어 적절한 지적질(!)을 한다.

 

孟子對曰:「賢者而後樂此,不賢者雖有此,不樂也。
(맹자대왈 : 현자이후락차, 불현자수유차, 불락야.)

맹자가 대답하길, "현자라야 이것을 즐깁니다. 현명하지 않으면 비록 이것이 있더라도, 즐기지 못합니다."

此(차 : 이, 이것), 雖(수 : 비록)

 

맹자는 빙빙 돌리지 않는다. 직설적인 표현으로 즉각 답을 준다. 현자여야 즐길 수 있다, 현자가 아니면 즐기지 못한다..는 말. 그 이유를 궁금하게 한다.

 

《詩》云:『經始靈臺,經之營之,庶民攻之,不日成之。經始勿亟,庶民子來。王在靈囿,麀鹿攸伏,麀鹿濯濯,白鳥鶴鶴。王在靈沼,於牣魚躍。』
("시"운 : 경시영대, 경지영지, 서민공지, 불일성지. 경시물극, 서민자래. 왕재영유, 우록유복, 우록탁탁, 백조학학. 왕재영소, 어인어약.)

시경에서 말하길, "영대를 처음 계획하여, 측량하고 재어보고 하자, 백성들이 그것을 도와, 하루도 되지 않아 완성하였다. 처음 계획할 때는 서두르지 않으려고 했지만, 백성들이 자식처럼 와서 도왔다. 왕께서 영유에 계시니, 사슴들이 그곳에서 엎드렸다. 사슴들은 살찌고, 백조는 깨끗하다. 왕께서 영소에 계시니, 살찐 물고기가 뛰어 논다."고 하였습니다.

 

맹자가 인용한 구절은 ‘시경’ 大雅(대아) ‘靈臺’편의 일부다.

靈臺는 周나라 문왕의 臺 이름이다. 그래서 인용문에서의 왕은 문왕을 말한다. ‘시경’은 노래이므로 일정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대개 네 글자가 한 구를 이룬다. 인용문에서도 네 글자씩 그룹을 이룬 것을 볼 수 있다.

인용한 구절의 내용의 요지는 왕이 영대를 지으려고 계획하고, 지으려고 포즈를 취하자, 그걸보고 백성들이 몰려와서 하루만에 지어버렸다는 얘기다. (진짜??) 그것도 자식처럼 자발적으로 와서 말이다. (진짜???) 진짜인지 궁금하긴 한데, 아무튼 그랬다고 한다.

영유는 문왕의 정원이고, 영소는 문왕의 연못인데, 그 정원과 연못에 있는 동물들도 아주 건강하고 평화롭다. 모두 문왕의 덕과 리더십을 칭송하는 글이다.

 

文王以民力為臺為沼。而民歡樂之,謂其臺曰靈臺,謂其沼曰靈沼,樂其有麋鹿魚鼈。古之人與民偕樂,故能樂也。
(문왕이민력위대위소. 이민환락지, 위기대왈영대, 위기소왈영소, 락기유미록어별. 고지인여민해락, 고능락야.)

이로써 문왕은 백성들이 힘써 대를 만들고, 연못을 만들게 하였으므로, 백성들이 모두 기뻐하고 그것을 즐겼습니다. 그 대를 가르켜 영대, 그 연못을 가르켜 영소라고 하고, 크고 작은 사슴과 물고기와 자라가 있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옛사람들은 백성들과 함께 즐겼으므로, 능히 즐길 수 있었습니다.

歡(환 : 기쁘다), 鼈(별 : 자라), 偕(해 : 함께, 두루)

 

백성들이 힘든 부역을 마다하지 않고, 기꺼이 나서서 건물을 짓고, 못을 파게하는 리더십이란 어떤 것일까. 일단 '시경'에서 묘사하는 문왕은 그러한 매력과 영향력이 있었던 모양이다.

왕이 혼자서 정원을 만들고, 연못을 팔 수는 없다. 백성들의 힘이 필요하다. 즉, 아름다운 정원과 연못은 곧 권력이고 통치의 결과물이다. 맹자가 지적하는 것은 백성들의 자발적이고 호의적인 협력에 의한 것일 때 진정으로 권력을 누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湯誓》曰:『時日害喪?予及女偕亡。』民欲與之偕亡,雖有臺池鳥獸,豈能獨樂哉?」
(탕서 왈 : 시일해상? 여급여해망. 민욕여지해망, 수유대지조수, 기능독락재?)

탕서에서 이르길, "언제나 태양이 사라져 없어질까? 나는 너를 따라 함께 사라지겠다. 백성이 왕과 더불어 함께 사라지고자 한다면, 비록 대와 연못과 (키우는) 새와 짐승들을 가졌어도, 어찌 홀로 즐길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

 

탕서는 하나라의 포악한 걸(桀)왕을 치기위해, 제후국인 상나라의 탕이 군사를 일으켰을 때 했던 맹세이다.

그 맹세의 내용에서 하나라 걸의 폭정을 드러내기 위해, 백성들이 "태양이 언제나 망하려나? 너와 함께 나도 없어지겠다"라고 말하게 할만큼 걸이 포악하다고 표현한 부분을 인용한 것이다.

이것으로 2장까지 마쳤다.

진정한 리더십은 자발적으로 따르게 하는 리더십이다. 자신의 위치와 권력으로 팔로워를 억지로 따르게 하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것으로 얻은 결과 역시 내놓고 즐길만한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팔로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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