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아끼는 것이 으뜸이다
오늘은 양혜왕(상)편 6장이다. 6장에서는 양혜왕이 아닌 양양왕이 등장한다.
孟子見梁襄王。出,語人曰:「望之不似人君,就之而不見所畏焉。
맹자견양양왕. 출, 어인왈 : "망지불사인군, 취지이불견소외언."맹자가 양양왕를 뵙고, 나와서 사람들에게 말하길, "바라보아도, 임금과 비슷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지만 두려워할만한 것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
양양왕은 양혜왕의 아들이다. 맹자가 사람들에게 남긴 표현에 의하면, 양양왕은 임금으로서의 위엄이나 볼품은 없었나 보다.
한문 해석에서 見은 '볼 견'과 '나타날 현' 두가지 의미와 음을 갖고 있다. 위 문장에서는 두 가지 모두 어색하진 않다. 보통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인사를 할 때는 알현하다는 의미에서 '나타날 현'이라고 읽는다. 그러한 관계가 아니라면 '볼 견'을 쓴다. 맹자를 해석할 때는 왕을 알현하는 것이니, 현을 써야한다는 주장과 맹자와 같은 대학자는 존중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견을 쓰자는 주장이 모두 존재한다. 두 가지 의미가 모두 어색하지 않으므로, 여기에서는 '볼 견'으로 쓰고자 한다.
卒然問曰:『天下惡乎定?』吾對曰:『定于一。』
졸연문왈, "천하오호정?" 어대왈, "정우일."갑자기 묻길, "천하가 어떻게 안정되겠습니까?" 내가 대답하길, "하나로 통일되어 안정될 것입니다."
卒은 병사, 마치다 등의 의미가 있는데, 여기에서는 갑자기라는 의미로 쓰였다. 卒然이 한 단어가 되어 '갑자기'라고 해석하면 충분하다. 惡 역시 다양한 의미가 있음은 몇차례 언급하였다. 여기에서는 어찌, 어떻게의 How의 의미로 쓰였다. 음은 '오'라고 읽는다. 乎와 于는 모두 ~에게, ~로의 의미를 가지는데, 乎定은 안정으로 가는 것, 于一은 하나로, 통일되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외모와는 달리, 양양왕이 맹자에게 던지는 질문의 수준은 임금답다. "우리나라이 어떻게 부국강병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보다 더 고급이다.
『孰能一之?』對曰:『不嗜殺人者能一之。』
"숙능일지?" 대왈, "불기살인자능일지.""누가 통일을 할 수 있습니까?", 대답하길, "사람 죽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자가 능히 통일을 할 수 있습니다."
때는 전국시대이다. 전쟁에서 이기려면 적국의 군사를 최대한 많이 죽여야한다. 그 과정에서 우리 군사의 희생은 피할 수 없다. 사람의 생명이 가장 귀하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살상을 피하지는 않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맹자는 사람 죽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사람에는 내 백성 뿐만 아니라, 적국의 백성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이전 장에서 백성에게 어진 자에게는 적이 없다고 했다. 사람을 죽여서 그 두려움으로 피통치자의 행동을 이끌어낼 수 있지만, 그렇게는 진짜로 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진 자가 되어야만 피통치자의 마음을 진짜로 얻어낼 수 있고, 그것을 동력으로 통일까지 할 수 있다는 맹자의 주장이다.
卒然(졸연 : 갑자기), 孰(숙 : 누구), 嗜(기 : 좋아하다)
『孰能與之?』對曰:『天下莫不與也。王知夫苗乎?
숙능여지? 대왈, 천하막불여지. 왕지부묘호?"누가 그와 더불어 하겠습니까?", 대답하길 "천하가 더불어 함께 하지 않는 이가 없을 것입니다. 왕께서는 벼싹을 아십니까?"
직전에 맹자는 천하를 하나로 안정시킬 자는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자라고 하였다. 양양왕은 여기에서 누가 그런 사람과 함께 하느냐고 묻는다. 무력으로 사람의 마음을 굴복시키는 것에 익숙한 까닭에 덕으로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맹자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벼를 예로 들고 있다.
七八月之間旱,則苗槁矣。天油然作雲,沛然下雨,則苗浡然興之矣。其如是,孰能禦之?
칠팔월지간한, 즉묘고의. 천유연작운, 패연하우, 즉 묘발연흥지의. 기여시, 숙능어지?7~8월 사이에 가물면, 벼싹이 마릅니다. 하늘에 구름이 뭉게뭉게 일어나, 비가 시원하게 내리면, 벼싹이 기운차게 일어납니다. 그와 같은 것을 누가 막을 수 있습니까?
꽤 어려운 한자들이 많다. 油은 구름이 뭉게뭉게 일어나는 모양, 沛는 비가 세차게 내리는 모양, 浡는 식물이 생기있게 일어서는 모양을 의미한다. 맹자가 말하려는 것은 가물면 벼싹은 고개를 숙이고, 충분히 비가 내리면 생기있게 일어나는 것처럼, 자연의 이치는 어느 누가 막을 수도 없고 막히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음식점이 맛이 있으면, 교통이 불편해도 찾아오는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다. 사람이 뛰어나면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주변에서는 모두 알게 마련이다. 덕이 있는 사람, 인자한 사람에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특별히 걱정할 필요가 없다.
旱(한 : 가물다, 메마르다), 槁(고 : 마르다), 油(유 : 구름이 뭉게뭉게 일어난 모양), 沛(패 : 폭우가 쏟아지는 모양), 浡(발 : 식물이 생기있게 일어서는 모양), 禦(어 : 막다)
今夫天下之人牧,未有不嗜殺人者也,如有不嗜殺人者,則天下之民皆引領而望之矣。
금부천하지인목, 미유불기살인자야, 여유불기살인자, 즉천하지민개인령이망지의.지금 천하의 임금 중에 사람 죽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자가 없으니, 사람죽이기를 좋아하지 않는 임금이 있다면, 천하의 백성들이 모두 목을 빼고 바라볼 것입니다.
전국시대는 전쟁을 해야하는 시대였다. 내가 먼저 공격하지 않으면 공격당해 목숨과 재산을 잃는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군주는 싫든 좋든 전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군주를 포함한 지도층이 그러할진대, 백성들은 오죽할까. 사람을 아끼는 군주가 있다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 것이다.
誠如是也,民歸之,由水之就下,沛然誰能禦之?』
성여시야, 민귀지, 유수지취하, 패연수능어지?진실로 이와 같다면 백성들이 그에게 귀의하는 것은 마치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으니, 그 성대한 기세를 과연 누가 막을 수나 있겠습니까?
誠은 '진실로'로 번역하면 충분하다. 由는 문장앞에 위치하여 '비유하건대', '비유하자면', '마치', '~와 유사해서'라고 번역된다.
순리대로 행동할 때 그 결과 역시 이치에 어긋남없이 돌아온다.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고 안전하길 희망한다. 백성들의 그러한 마음을 헤아려주고, 사람을 아끼는 군주를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고 따를 것이다.
嗜(기 : 즐기다, 좋아하다), 領(령 :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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